제주살이

36년만에 몰아친 제주 한파 그나마 우린 다행이었다

능성(구본홍) 2016. 2. 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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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 일도 있고 설 명절을 쉬러 좀 일찍 육지로 나가기로 했다.

제주집은 냉장고 전기만 살려놓자.

이곳은 도둑이 없다고하니까 집은 방문만 잠그자.

승용차는 카바를 씌우고 노끈을 이용하여 바람에 날라가지 않게 이리묶고 저리 묶고 좀 정리를 했다.

서귀포보다 이곳 제주 동쪽은 바람이 강해서 가끔 자동차가 들썩 들썩한다.ㅋ

앞집의 형님(나보다 5살위)한테 가끔 담넘어 들여다 보시라고 인사하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얼마후...

36년만에 찾아온 제주도의 폭설 및 한파 소식을 뉴스로 접하면서 몇일 일찍 육지로 나온 것을 참 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한편 한파가 걱정되었다.

한라산은 영하의 온도로 내려가지만 거주 지역에는 영하로 내려 간적이 없다고 했었는데 영햐 7도까지 내려 갔단다.

서둘러 앞집의 형님한테 전화를 해보라고 다행이 재촉한다.

이곳에 와서 형님하고 인사하면서 주고 받은 전화번호로 처음으로 전화를 했다.

신호는 가는데 안받으신다. 모르는 번호가 뜨니까 안받으시는 것 같다.

사실 전화번호 주고 받을때 나는 이름을 넣어 저장을 했는데 당시 형님은 저장을 하지 않으시고 확인만 하시는 것을 보았다.ㅎ

몇차례 전화해도 계속 불통....


다음날 다시 했다.  몇번의 시도를 한끝에 연결이다. 다행이다.

형님 저 뒷집 아우 구본홍입니다.

누구라구요? 잘 모르겠는데..... 저요... 뒷집 아우 ㅎㅎ

겨우 알아들으셨다. ㅋ

예상대로다. 형님네 수도가 얼었단다.

형님 우리 수도 계량기도 좀 봐 주세요~~  부탁을 드렸다.

형님한테 부탁을 드려 놓았으니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했다.


몇일이 지났다.

064 .....  제주지역 번호가 있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누구지?  누가 일반전화로 나한테 전화를 했을까!

여보세요~

아 네... 한동리 17-   ?  번지 사시는 분이신가요?

네 그렇습니다.ㅋ

여기는 요  구좌읍 사무소인데요.

큰일났습니다.


가슴이 털컹 내렸앉는다

갑자기 혈압이 오른다. 아니 무슨일 일까?  얼굴이 화끈 화끈!!

오늘 수도 검침을 나갔는데 물사용량 400톤이 넘었습니다.

아니 뭐라고요?

말도 않되는 소리.... 수도물을 안잠그고 왔나! 그럴리가 없는데....

누가 도수를 했을까?  별 생각들이 순간에 다 든다.


갑자기 수도물을 많이 사용해서 이상하게 생각하고 방문을 두드리니 인기척이 없어

집을 한바퀴 돌아 주방쪽 창문을 열어보았단다.

그랬더니 싱크대 수도 꼭지에서 물이 쏴~~아~~ 주방에도 물이 흔건히 고여 있고....


그래서 얼른 수도계량기의 발브를 잠그고 연락을 하셨단다. ㅠ.ㅠ


이런이런.....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수도 사용료가 많이 나오겠네요.

네 아마도 50여만원 정도...

아 그런데요.  이번 한파에 대하여 시에서 특별 공문이 내려와서 보상제도가 있습니다.

제주에 오시면 동파된 설비, 수리된 설비, 영수증을 첨부에 주시면 보상제도로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 얼마나 고마운 소식인가!

보상해 준다는 말에 옆지기는 집안 꼴 걱정은 온데간데 없어지고...ㅎ


어찌되었든 이제 물 새는 일은 없고 날씨가 풀렸으니 계량기 동파는 없을테고..ㅋ

계획되었던 육지 일정 다 소화하고 속상한 일 모두 잊어버리고 계획대로 입도하자고 옆지기하고 얘기했다.

여기서 걱정한다고 될 일도 아닌데 옆지기가 쿨하게 그래!! 했다.


몇일 후 16:40 뱅기로 제주에 입도했다.

집에 도착하니 깜깜한 우리집의 적막함과 물바다가 되어있을 집안을 생각하니 속상함, 걱정, 두려움까지 밀려온다.


후레쉬를 켰다.

아니 이건 뭐야?

주차장의 차량 카바가 버껴져 이리저리 찢어져있다. ㅠ.ㅠ

옆지기가 조심스레 방문의 자물쇠 키를 열었다. 

그리고 방문을 열었다.


옆지기가 소리쳤다.

여보!! 여~~~~~~~~~~~~~~~~~보

소프라노 몇 오타브는 아마도 더 올랐을 거다.

방이 깨끗해.

어떻게 된 거지 모야 다행이다.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아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우린 배낭도 벗지 안은채 서로 부둥켜 안고 막 좋아서 웃었다.


다행이 이야기 했다.

여보 나 오면서 정말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ㅠ.ㅠ

이 겨울에 이불이며 모든 살림살이가 다 젖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걱정하며 왔단다.

우린 주방에 고인 물을 청소를 하고 늦은 시간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하고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다음날 아침

댜행한테 얘기했다 업자를 부를까?  걱정마  이건 내가 할 수 있어! (참내! 업자부르면 일당 10만원을 달라고 하겠지)

당신은 가서 부품을 사가지와요. 오케바리 ~~~


어제 저녁 깜깜할때 보았던 자동차 카바!

전쟁의 난리는 난리도 아닌 것 같다.

이리 날리고 저리 날리고 갈기 갈기 찢어진 카바!

그뿐인가? 카바가 바람에 이리 쓸리고 저리 쓸리고 검은색 승용차 위에 과감히 흔적을 남기고 말았다.

애궁~~ 속상해라  카바를 씌우지 말껄! ㅋㅋ


아니 이건 또 뭥미?

자동차 스마트 키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

참내!  오랜시간 운행을 하지 않았더니 밧데리가 방전되었다.

보험회사 긴급출동을 호출했다. 쏜살같이 달려왔다. 역시 보험은 여기가 최고야 했다. ㅋ

오래시간 시동을 걸어 놓으셔야 합니다.

요즘 나오는 신형차량들은 전자제어장치들이 많이 있어서 장시간 운행을 하지 않으면 방전이 쉽게 된단다.

특히 불랙박스를 달고 있는 차량들은 더 주의해야 한다고....


싱크데 수전 부품을 사가지고 와서 다행 손에 넘겨 주었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끝났단다.

여보~~ 수도 계량기 발브 열어요. ㅎㅎ

간단하네...ㅋ

서둘러 라면을 끓여 아점을 먹었다


구좌읍 사무소에서 설명했던 동파 전 후 사진과 영수증 사진을 찍어 읍사무소로 내 달렸다.

동파신고하러 왔는데요.

한동리 아무개씨 댁 이시지요?

네 맞습니다.ㅎ

내 얼굴에 써 있는 것도 아닌데....어떻게 알았지?!!

음 아~하 

이번 한파에 구좌읍 최대 뉴스 거리가 우리집 이었나보다. ㅋㅋ

목욕탕도 아닌 가정집에서 수도물 400톤! 이면 뉴스가 될 듯...

담담 여직원 폰으로 메시지 첨부로 준비해 간 사진을 보냈다.


어떻게 보상해 주시나요?

3개월 사용한 금액의 평균치로 다음달에 고지서 발급됩니다.

감사합니다. 꾸뻑 아주 정중히 인사드렸다. ㅎ


50만원을 내야할 수도료가 만원 정도밖에 안되겠네.


여보1

당신 닉네임 "다행"으로 정말 참 잘 지었어.

당신 닉네임 덕분에 참 다행이다 한적이 정말 많았잖아.  그치!


이번기회에 내 닉네임을 "천만"으로 바꿀까


그럼 우린 "천만다행"이 되잖아 ㅎㅎㅎ




증빙자료로 제출된 사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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